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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짐
지은이 : 장석남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희 밝힌다
또 한번 -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번지다’ 는 어떤 물질이나 기운이 넓게 퍼진다는 뜻을 가진 고운 우리말입니다. 꽃이 번져 열매가 되려면 꽃은 얼마나 자신을 죽여야 하고, 여름이 번져 가을이 되려면 여름은 얼마나 적시에 겸손히 물러나야 할까요. 태양이 번져 노을이 되고, 노을이 번져 밤하늘의 영원이 뜨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음악이 번져 그림이 되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야 할까요. 화선지에 먹물이 그어져 종이결 따라 번지는 단아한 수묵. 종이가 약간 젖어 있을 때 더욱 잘 번집니다. 선한 영향이 번지려면 습기가 있어야 합니다. 습기는 눈물과, 땀과 피입니다. 예수님의 습기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습기 있는 그리스도인을 통해 오늘도 복음이 온 땅에 번지고 있습니다.
더러는 바위 위에 떨어지매 싹이 났다가 습기가 없으므로 말랐고 – 누가복음 8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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